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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뉴스 2025

프란치스코 교황의 마지막 안식처, 바티칸이 아닌 이유

by tekjiro 2025.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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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의 마지막 안식처, 그가 선택한 특별한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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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본명을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추기경으로 사용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2008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지하철을 타고 있는 모습.


부활절 다음 날,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분은 마지막까지 전통과는 다른 길을 선택하셨습니다. 대다수의 교황들이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 지하에 묻히는 것과 달리, 프란치스코 교황은 햇살이 가득한 성당을 자신의 마지막 안식처로 선택하신 것이죠.

교황은 생전에 “검소하고 단순한 무덤”을 원한다고 밝히셨습니다. 그래서 바티칸에서 조금 떨어진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Basilica di Santa Maria Maggiore)에 안장되실 예정입니다. 이는 100년 넘게 이어진 관례를 깨는 결정이며, 바티칸 외부에 묻히는 첫 교황이 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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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미사는 토요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엄숙하게 거행되며, 이후 교황님의 시신은 로마 중심부, 강 건너편에 있는 산타 마리아 마조레로 옮겨져 영면에 들어가십니다. 유언에 따르면, 그분의 무덤은 꾸밈없이 땅에 바로 닿도록 만들며, 묘비에는 ‘Franciscus’라는 이름만 새기라고 하셨습니다. 장례 비용 역시 한 기부자의 후원금으로 충당된다고 합니다.

무덤은 단출하지만, 그 위에 솟아 있는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은 정말 눈부십니다. 황금으로 장식된 천장과 높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 그리고 이를 받아 찬란히 빛나는 고대 모자이크는 보는 이들의 숨을 멎게 하죠. 교황님의 선종 이후 이 성당에는 그분을 기억하려는 방문객들과 신자들이 연일 몰려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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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 5월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에서 묵주 기도를 드리는 모습.


이 대성당은 고대 로마의 일곱 언덕 중 하나인 에스퀼리노 언덕 꼭대기에 자리 잡고 있으며, 로마에서 가장 높은 종탑(약 75미터)을 자랑합니다. 전설에 따르면, 358년 무더운 여름 8월에 갑자기 눈이 내리며 성모 마리아께서 교황 리베리오와 한 귀족에게 이곳에 성당을 세우라 계시하셨다고 전해집니다. 이 기적을 기념해 매년 8월 5일, '눈의 기적' 축제가 열리곤 하죠.

오늘날의 성당 모습은 431년 교황 식스투스 3세가 지은 것이며, 내부에는 고대 건물에서 가져온 고전 양식의 기둥들과 당시 제작된 모자이크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외관은 18세기에 덧붙여진 신고전주의 양식입니다.

산타 마리아 마조레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특히 깊은 의미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평소에도 성모 마리아를 기리기 위해 일요일 아침마다 이곳을 방문하셨고, 해외 순방 전후나 병원 퇴원 후에도 이곳을 찾아 기도하시며 ‘로마 백성의 구원자(Salus Populi Romani)’ 이콘 앞에 자신의 여정을 맡기셨습니다. 교황직을 시작한 첫 날도 바로 이 성당에서 시작하셨을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보이셨습니다.

작년 12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이 이곳에 묻히고 싶다고 직접 밝히며, “산타 마리아 마조레는 내게 큰 헌신의 장소”라고 말했습니다. 그때 이미 무덤 자리는 준비돼 있었고, 교황은 자신이 간소화한 새로운 장례 절차의 첫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밝히며 미소를 지으셨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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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산타 마리아 마조레에는 일곱 명의 교황이 묻혀 있지만, 성 베드로 대성당이 아닌 곳에 묻히는 교황은 1903년 교황 레오 13세 이후 처음입니다. 산타 마리아 마조레에 마지막으로 묻힌 교황은 1669년에 선종한 교황 클레멘스 9세였습니다.

사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처음부터 전통적인 틀에 얽매이지 않는 분이었습니다. 교황 관저인 사도궁이 아닌, 바티칸의 게스트하우스인 산타 마르타에 소박한 아파트를 택해 생활하셨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추기경 시절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검소하게 지내셨죠. 교황이 되신 후에도 겉으로 드러나는 위엄보다 진심과 겸손을 더 중요하게 여기셨습니다.

교황 선종 다음 날,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은 평소보다 훨씬 많은 인파로 붐볐습니다. 분위기는 비통하다기보다는 잔잔한 감동으로 가득했으며, 오후 미사는 밝은 오르간 소리와 금관 오중주의 연주로 시작됐습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온 71세의 케리 브루더 씨는 “정말 경이로운 경험이었다”고 말하며, “수세기 동안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나 자신이 작게 느껴졌지만 아주 좋은 방식으로 다가왔다”라고 전했습니다.

브라질에서 부활절을 맞아 로마를 찾았던 33세의 빅토리아 페레이라 씨는 며칠 전에도 성당을 찾았지만, 교황의 선종 이후 다시 찾은 이곳은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며 “매우 감동적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에게 사랑과 공감, 희망을 채워주셨고, 앞으로도 그 정신을 마음과 행동에 간직하고 살아야 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마지막 선택은, 그분의 삶 전체를 관통했던 메시지와 닮아 있습니다. 화려함보다 진심을, 권위보다 사랑을 선택했던 그분의 여정이 이 새로운 안식처에서도 고요하게 이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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